1학기 초에 창업지원단에서 설리번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올해들어 창업지원단에 설리번에 대한 발표를 할 기회가 두번 있었는데, 두번 모두 같은 분들에게 심사를 받았다. 정관에 이익을 나누지 않겠다고 한 설리번이 왜 영리 스타트업을 주로 상대하는 대학교 창업지원단에 가서 발표를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표중 굉장히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대표님은 이 활동을 하면서 결국 어떤 기업을 만들고 싶으신 건가요?

창업을 한다는 사람에게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고, 당연하게 답변이 나와야 할 질문이다. 나는 이번 발표에서도 어떤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같은 말은 많이 했기에, 이걸 어떻게 실행할건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답변을 망설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설리번의 사업계획서와 발표에는 “어떤 기업이 되고 싶은지”만 나와있고 디테일한 실행이 없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이번에도 발표 내용의 전달이 잘 안된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항상 하던 말로 다시 답변했다. 하지만 그 대답을 기대하고 나에게 질문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저희는 모두가 모두에게 교육을 하는…”

“아니 그거 말고요, 어떤 컨셉으로 하시겠다는 건지 잘 알겠는데요.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모습은 어떤가요?”

(정적)…

그 짧은 정적의 시간이 내가 설리번에서 발표를 한 이후로 최고로 긴장된 순간이다. 더 떨릴만한 큰 무대와 높은 분들 앞에서도 막힘 없던 나였지만,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 그 순간에 긴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더 할말이 없어지자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비영리 조직이지만 기부금이나 후원으로만 돌아가지 않는 조직. 같은 일 하는 스타트업보다 돈 잘버는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짜 그렇게 생각했었는지 막 튀어나온 말인지 모르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나와서 몇일동안 고민하게 되었다.
‘나(우리)는 무슨 기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설리번을 제대로 하기로 한 이후로 말로는 비즈니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한번도 창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기존에 하던 것(설리번 프로젝트)이 있으니 그것만 조금 더 신경써서 하겠다며 구색 갖춰 일 하는 것 말고는 별다르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설리번 발표에는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당연하고, 만들고자 하는 모델과 이루고 싶은 목표, 변화시키고 싶은 사회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무슨 기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나의 생각으로는 단순히 사회적 기업스러운 말을 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저 CSR의 일부로 생각하거나 기업의 이미지로만 생각할 수 있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기업이 되고싶은가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이였는가. 우리는 IT를 어쩌다 보니 경험했고, 코딩 공부를 스스로 하게 되었다. 만들고 싶은 것을 하나쯤 만들어 보았을 때, 시대가 IT교육이 점점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이를 틈타 나오는 코딩 교육들은 우리가 경험한 코딩의 재미를 알려주지 못하는 ‘코딩 교육’이 되어 쏟아지는 상황을 보았고, 우리는 약간의 분노를 느꼈다. 먼저 IT에 관심을 가진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고 직접 해결하기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코딩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코딩을 배웠다. 코딩을 배운 동기도 서로 달랐다. 우리는 이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앞으로 코딩을 배울 아이들도 모두 다를것을 알았기에 학생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교육에 집착해왔다.

처음에 우리가 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효율과 싸워야 했다. 하나의 커리큘럼을 개발하기도 벅찬데 일년에 10여개의 서로 다른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것. 하나의 교육 장소를 구하기도 힘든데 서울, 안산, 인천 등의 지역에 흩어져 장소를 구하고 지역별로 학생을 구한다는 것. 한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벅찬데 동시에 2~3개의 커리큘럼이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 우리는 바보라서 이렇게 일을 한 것이 아니였다. 그저 절박했기에 이렇게라도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결국 한번 교육을 해봤고, 스케일 업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되기로 결정했다

“기존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하던 설리번을 비즈니스적으로 풀어 문제를 해결하겠다.”

내가 평소에 설리번을 소개하며 꼭 하는 말이다. 비즈니스적으로 풀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처럼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기존에 했던 미봉책과 프로토타입 수준의 해결 방식들을, 이제는 정교하게 다듬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변 친구 몇몇에게 주어졌던 설리번의 경험을 모두에게 제공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야만 한다.

무작정 할 수 없는 일

설리번을 거쳐갔거나 지금 설리번에 소속된 사람이 처음보단 많이 늘었다. 그 모두가 설리번을 위해 나서서 일을 하진 않는다.

최근들어 우리의 업무 진행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였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정체되고 있는것을 느꼈다. 우리는 설리번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만들수는 있고, 실제로 새로운 일을 만들기도 했지만 예전처럼 활기차고 재미있게 일을 마치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같은일을 과도하게 반복할때 창의성과 의욕이 떨어진다. 특히, 즐거운 일도 아니고 돌아오는 보상도 없는 경우는 특히 의욕이 떨어진다.

우리가 “설리번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년도로는 4년이 되었다. 그때는 모든것이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뭘 하더라도 새로운 경험이였고 도전이였다. 한 사람을 만나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고, 설리번 이름으로 어디라도 갈 일이 있다면 우르르 몰려가서 행복해 하기도 했다. 그 다음년도에도 똑같았고, 그 다음번에도 똑같았다. 우리는 지금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2015년 처음 시작할때 새롭게 했던 일들을 4년째 하고 있다. 처음에는 20명을 한달동안만 도와주면 됐지만, 지금은 3학교에서 온 60명의 설리번들을 3월부터 케어해야 하고, 그들을 “설리번”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같은일을 4번 하는동안 발전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매번이 실패였고 피드백 투성이였기에 항상 더 발전된 일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일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았다. 기존에 하던것을 발전시키고는 있지만 새로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말 그대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일을 할 이유를 찾기 쉽지 않다. 근로 계약을 통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고, 내가 일을 많이 한다고 내가 특별한 보상을 받는것도 아니다. 노예 계약 같은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을 할 이유는 없다고 표현하는게 맞다. 그럼에도 우리가 설리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